역시 수많은 신선들을 만나본 무제는 이분이 바로 중악 숭산의 신선인데 자신에게 알려주기 위해 나타나신 것이라고 신하들에게 설명하고 창포를 채취하라고 지시했다. 그렇게 아홉 마디가 있는 창포를 2년간 복용한 후에 무제가 더 이상 못 먹겠다고 했다. “내가 원래 뜨거운 음식을 좋아했지만, 창포를 복용할 때마다 열이 올라와 괴롭고 불쾌하여 그만두어야겠다”고 했다. 따라갔던 신하들은 진작 먹기를 포기했었다.
원푸드 테라피, 1~2개월만 이용해야
골짜기에 사는, 글도 모르는 평범한 백성으로 도를 배울 생각을 하지 않았던 왕흥(王興)이 이 소문을 듣고 창포를 따서 꾸준히 복용하면서 장생의 길로 들어갔다. 한 무제 시절부터 먹기 시작해 훗날 조조가 위왕일 때까지 살아 있었다고 하니 그 세월이 300년이다. 이웃의 늙은이나 어린아이들이 몇 세대에 걸쳐 그를 알아보았다. 겉모습은 항상 50대로 보이면서 하루에 300리를 걸을 수 있었다고 한다.
먹기 고약한 창포를 꾸준히 복용해 신선의 길을 간 왕흥도 대단하지만, 2년이나 복용했던 한 무제도 보통 정성이 아니다. 실제 석창포(石菖浦)를 달여 먹어보면 톡 쏘는 듯한 향이 나고 삼킬 때 목으로 독특한 맛이 분명하게 느껴진다. 일주일만 먹어보면 한 무제가 말한 열이 올라와 괴롭고 불쾌하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석창포를 단방(한 가지 약재로만 약을 조제함)으로 쓸 때는 아주 적은 양을 쓰거나 분말로 삼키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도 요즘 좋은 약재가 많은데, 굳이 단방으로 2년이나 먹을 이유가 있겠는가. 한 가지 약재나 음식으로 특별한 목적을 달성하는 원푸드 테라피는 한 달에서 두 달 정도로 짧게 끝내야 한다.
석창포는 산골짜기의 개울가·바위틈·자갈 밑에서 자란다. 잎의 한가운데에 등심이 있고 칼날 모양으로 되어 있다. 맛이 맵고 몸의 아홉 가지 구멍을 잘 통하게 하고 귀와 눈을 밝게 하며 목청을 좋게 한다. 석창포가 들어간 명방 중에 총명탕이 있다. 석창포·원지·백복신을 같은 양으로 넣어 달여 먹거나 분말로 만들어서 가루로 복용한다. 석창포의 강한 맛을 조절하는 좋은 처방이다.
석창포(Acori Grainei Rhizoma)와 다른 종류로 창포(Acorus calamus Linne)와 장창포(藏菖蒲·Acorus sp.)가 있다. 신선이 말한 구절창포의 이름을 빌려 유통되는 것은 형태만 비슷하고 전혀 다른 알타이은련화(Anemone altaica Fischer)다. 석창포를 먹어봐서 효과가 있다면 장복하는데, 생강·대추·계피 등과 함께 달여서 맛을 좋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무제도 석창포 맛이 고약하니 그냥 먹었으면 불쾌했을 것이다.
[이경제의 불로장생] 통증 일으키는 풍(風)을 다스리는 ‘방풍(防風)’
방풍의 뿌리는 봄과 가을에 꽃대가 나오지 않은 것을 채취하여 줄기와 잎을 제거하고 말려서 사용한다. 풍사를 제거하고 땀을 내주는 거풍해표(祛風解表), 습기를 이기고 통증을 멈추는 승습지통(勝濕止痛)이 예전부터 알려진 효능이고, 현대에 와서 정유 성분의 옥타놀·노나놀·쿠페렌 등과 쿠마린·크로몬·데커신 등이 들어 있어 열을 내리며 염증을 줄이고 면역기능을 활성화하는 성분이 밝혀졌다.
동의보감에 방풍을 쓴 처방 71가지
[이경제의 불로장생] 강활로 알려진 호왕사자, 몸의 통증과 근육·뼈에 효과적
당나라 말기의 유사정(劉士政)은 군벌로 활약한 사람이다. 한약재와 연관된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사람이 정직하고 선량했는데, 집안에 우환이 있었다. 유사정의 형이 오랫동안 사지 관절이 부어오르고 통증이 있는 관절염을 앓아 걷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온갖 좋다는 약을 다 구해 보고 명의를 찾아보았지만, 병세는 차도가 없었다.
어느 날 꿈속에서 약재를 찾아 산을 헤매고 있는데, 수염이 긴 노인이 나타났다. 형의 질병을 물어보니 처방을 하나 알려주었다. ‘호왕사자’로 술을 만들어 마시면 몇 개월 지나지 않아 좋아질 것이라고 하였다. 꿈에서 깨어나 뛸 듯이 기뻐했으나 도대체 호왕사자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이름만 얻었고 어떤 약재인지 알지 못했다. 호왕사자를 아는 사람들을 찾아다녔다.
한 시골에서 낭중 벼슬을 하는 사람을 만나서 호왕사자가 바로 ‘강활(羌活)’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강활로 술을 담가 형에게 먹였더니 정말 몇 달 만에 좋아졌다. 그 후 사람들에게 강활이 관절염에 좋다는 효능을 널리 알렸다고 한다. 강활은 호왕사자(胡王使者), 호강사자(胡使者), 독요초(獨搖草), 장생초(長生草)로도 불린다. 호(胡)는 오랑캐를 일컫는 말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외국에서 건너온 약재인 것이다. 무서운 오랑캐의 왕이 보낸 공식 사자의 명칭이니 그 효력이 얼마나 강력할 것인가.
강활의 효능은 거풍습(祛風濕)으로 요약된다. 풍과 습을 없앤다는 것이다. 몸의 통증과 머리 아픈 증상, 근육과 뼈에 효과가 있다. 강활의 법제에 주세강활(酒洗羌活)이라고 하여 깨끗한 것들을 골라내어 술로 씻는 방법이 있다. 무작정 달여 먹는 것이 아니라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술로 법제를 하는 것이다. 꿈속의 신선도 술에 담가 먹으라고 하였다.
‘호왕사자’로 100세 관절 건강 시대 열어보자
한의학에서 관절의 통증을 풍습(風濕)이라고 한다. 풍과 습이 공격하면 관절에서 열이 나고, 당기면서 아프고, 손을 대면 통증이 극심해지는 것이다. 풍이 지나치면 숨이 짧아지고 바람을 싫어하고 옷을 두껍게 입는다. 습이 지나치면 소변이 잘 나오지 않고 몸이 약간 붓는다. 풍과 습이 공격해서 온몸이 아플 때는 땀을 내서 풀어야 한다. 땀을 내면 풍 기운은 제거되지만 습 기운이 남아 있게 되므로 조금씩 저절로 땀이 나게 해야 풍습을 모두 제거할 수 있다.
사상체질에서는 소양인 체질에 좋은 약재다. 《본초강목》에 “백절통(百節痛)은 강활 없이는 다스릴 수가 없다. 강활은 기가 웅대하고, 독활은 기가 세미하여 다 같이 풍을 다스리는데 표리가 다르다”고 되어 있다. 백절통은 관절염을 말한다. 관절염은 불로장생의 큰 적이다. 황금·아선약·두충·우슬·속단·가시오가피 등 관절에 좋은 약재가 많이 있다. 강활로 관절을 다스리자. 호왕사자로 백 세 관절 건강 시대를 열어보자.
氣를 내리고 속을 따뜻하게 하는 사향과 비슷한 효능
해리포터 《마법사의 돌》에 덤블도어 교장의 친구로 니콜라스 플라멜이 등장한다. 괴팍한 듯한 늙은이인데 665세가 넘었다는 불사신이다. 악당 볼드몰트가 노리는 ‘마법사의 돌’을 만든 사람이다. 이렇듯 불사신은 일단 노인이다. 청년의 젊음을 간직한 불사신은 보기 힘들다. 죽지 않는 데다 젊음까지 유지하고 있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러워서 감당이 안 되는 모양이다. 서양의 불사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중년 이상이거나 노인이다. 동양에는 반로환동(返老還童)이라는 개념이 있어 신선들이 동자로도 자주 나타난다.
플라멜은 실제 존재했던 인물이다. 프랑스의 니콜라스 플라멜(1330~1418)은 평범한 파리의 대서인이었다. 서류나 유언장을 대신 써주고 공증업무도 처리하는 직업이었다. 어느 날 꿈에 천사가 나와 연금술 책자를 얻을 것이라는 계시를 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행상인에게서 고서적을 구입했는데 바로 계시받은 ‘아브라함의 책’이었다. 책을 얻고 20년간 연구했는데 읽기도 어려운 고대 히브리어와 이해할 수 없는 그림들만 가득해 결국 해석에 실패했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21년째에 스페인으로 가서 마스터 칸체스에게 배움을 구하고 연금술의 힌트를 얻었다. 다시 돌아와 3년간 연구해 연금술의 비밀을 깨우쳤다. 그렇게 영원한 생명을 얻고 부자도 되어 지금까지도 살아 있다는 전설이 있다.
말년에 파리 시내에 14개의 병원과 3개의 예배당, 7개의 협회를 세웠는데, 대서인 수입으로는 벌기 어려운 금액이었던 탓에 연금술로 금을 만들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플라멜의 집은 1407년에 지어졌는데 지금도 남아 있어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집으로 인정받았다. 몽모랑시 51번지에 있는 그 집은 현재 식당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 이야기에 한 가지 교훈이 있다. 바로 칸체스의 힌트다. 20년간 해석을 못 하다가 칸체스의 가르침을 통해 불사신도 만들고 삶을 생기 있게 바꾸는 인생의 비밀이다. 건강의 비밀도 마찬가지다. 얼핏 듣기로는 평범한 말이지만 그대로 지킬 수만 있다면 명의의 한 수로 인해 건강해진 사례가 많다.
평범한 방법이 불로장생 ‘마법사의 돌’
‘아침에 따뜻한 차 500mL를 마셔라’ ‘해 질 무렵에 15분 화타 오금희(五禽戱) 체조를 해라’ ‘생강차를 식사 중간에 마셔라’. 이런 한 수에 의해 평생 건강을 유지하는 경우가 바로 불로장생 마법사의 돌인 것이다.
필자가 황제침향원을 개발할 때 한의학 문헌의 공진단을 기본으로 연구했다. 공진단은 원나라 시대의 위역림(危亦林)이라는 명의가 만든 처방이다. 위역림의 《세의득효방》에 처음 보이고, 허준의 《동의보감》과 황도연의 《방약합편》에도 실려 있다. 녹용·당귀·사향·산수유 네 가지 약재로 된 처방이다. 핵심 원료는 사향(麝香)이다. 사향은 수컷 사슴의 배꼽 주머니로, 정신을 안정시키고 경락을 통하게 하고 약의 효과가 뼛속까지 들어간다는 좋은 약재다. 다만 식품으로 쓰기에는 지나치게 강력한 흥분 작용이 있다. 그때 《방약합편》 말미에 사향이 없으면 침향으로 대신할 수 있다는 구절이 떠올랐다. 기를 내리고 속을 따뜻하게 하는 침향이 사향과 비슷한 효능이라고 보았다. 필자에겐 침향이 불로장생 마법사의 돌이 되었다.